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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iary/DayDream

001

by STELLA 888 2021. 12. 31.

DayDream 001

Photo by Hannah Jacobson on Unsplash

 

2021년의 마지막 날이다. 이상하게도 우울하다. 어둠이 스며들 때는 두려워하지 말고 그 안의 심연을 바로 바라보도록 집중해야 한다. 물론 그 와중에도 우울하다. '이상하게도' 이런 표현을 쓸 때는 아직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분명 이유가 있다는 뜻이니까. 슬퍼질수록 마음이 아파질수록 거기엔 반드시 해답이 있다. 

어제는 상상이라 불리는 게 사실은 직관과 닮았구나란 생각을 했다. 대단한 빛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알고 있던 거라서 또 그게 그리 쉽게 알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시무룩해진 걸지도 모른다. 직관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. 어떤 단어로 지칭하든 그 명확하고 흔들림 없는 그 느낌이 아마 그들이 말한 지혜이자 상상이고 직관이 아닐까. 그 기분을 경험해 본 적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겠지만 그걸 억지로 만들 수 없다는 건 동시에 좀 나를 슬프게 한다. 

이곳은 나의 비밀정원이다. 예전과는 다르게 구획마다 좋아하는 꽃을 정렬에 맞춰 계획대로 심어볼까 했는데 이런 일기를 써버리니 아마 여긴 이런 곳이 될 것이다. 내가 지금 심는 씨앗은 오갈 데 없이 흩어질 마음이 아쉬워 그게 무슨 모양의 향기를 지녀도 다 여기에다가 심어두게 될 것이니. 

이곳이 나 이외 당분간 아무도 찾지 않을 곳인 동시에 언제나 누구라도 발견할 곳이라서 모든 잠재성을 잉태하고 있지만 하나도 드러난 게 없어 아직 아무것도 아닌 이런 공간이 내게 위안을 준다. 이런 곳에 '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' 같은 안고 싶지 않은 푸념을 털어내는 건 내게 늘 힘을 준다. 

어디든 내가 말하고 생각하는 에너지가 전해 옮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은 어린애처럼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모든 걸 쏟아낸 비밀의 안전지대를 갖고 싶다. 

 

2021년 다시 기뻐진 나는 조금 슬퍼서 움츠러들었다. 그렇지만 내가 완전히 과거로 회귀하는 건 아니라는 믿음이 있다. 확신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슬퍼진다. 그 확신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? 확신이 흔들리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의 말을 찾아 읽는다. 그게 나에겐 책이다. 너무 많이 슬플 땐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. 오늘은 들리려나. 

요즘 자주 묻는 말은 이것이다.

"넌 누구니? 세상은 네게 뭘 기대해?"

 

2021.12.31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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